[보도자료] 아르떼365 _ 새로운 교육 실험과 전망을 모색하는 긍지 (19.10.21.)

새로운 교육 실험과 전망을 모색하는 긍지

강내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

오창은 _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교수  |  2019.10.21. 


창조적인 문화예술 교육은 규율보다는 자율을, 정보적 지식보다는 깨달음의 지혜를 중시해야 한다. 경쟁을 중심으로 배치된 제도교육 시스템은 ‘더디 가는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규율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고, 답이 정해져 있는 정보의 습득을 학생들에게 강제하려 한다. 대안교육은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거스르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리는 ‘인내하는 교육’이다. 한국 사회의 대안교육은 고등학교에만 머물러 있다. 하지만, 조그만 변화가 2015년에 시작되었다. ‘지식순환협동조합(이하 ‘지순협’) 대안대학’은 2년제 비인가 대학이다. ‘경쟁사회, 경쟁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협력사회, 협력교육’을 내걸고 과감한 교육실험을 현재 진행형으로 실천하고 있다. 강내희 학장을 만나 지순협 대안대학의 교육실험,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되고, 정규대학과는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가.

대학 정규직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특권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의 명령을 받고 해야 하는 의무들이 있다. 대학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도 시장, 교육부, 대학의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 동료 교수들과의 합의도 중요하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교육과정은 외부의 명령을 받고 짜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의 원리를 중시하여 만들어진다. 1년에 한 번씩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혹은 상당 부분 개선하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발전시키고 있다. 커리큘럼 회의에는 학생대표들도 참여한다. 정규대학의 커리큘럼은 영역별 전문성도 중시하지만, 지순협 대안대학은 학문 간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통섭적 교육을 더 중시한다. 예를 들면, 영문학 전공자가 ‘인지과학’을 강의하고, 빅히스토리에 따른 ‘역사란 무엇인가’를 강의한다. 지순협 대안대학에서는 교수가 학기마다 교과목 회의에서 강의계획서를 제출해서 동료 교수들로부터 지적이나 제안을 받는 인증 절차가 있다. 이런 협력을 통해 공동의 노력이 어우러진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지순협 대안대학은 기존 대학교육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안대학을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정규대학에 대한 비판적 인식 때문이었다. 정규대학에서 29년 동안 연구하고 강의하다 정년으로 퇴임했는데, 한국에는 사실 훌륭한 대학이 별로 없다. 미국 대학도 경험해 보고, 중국 대학도 경험해 보았다. 8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연구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사회는 불평등이 심하고, 너무 자본주의인 사회라서 있을 만한 곳이 못 된다. 하지만 대학만큼은 훌륭하다. 미국의 대학은 시설도 부러울 정도이지만 훌륭한 교수들이 교육을 제대로 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 교육이 행정에 의해 통제받고, 교수와 학생이 하고 싶은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심하다. 대학다운 대학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심광현, 서울대학교의 김세균 교수 등과 함께 대안대학을 구상하게 되었다. 대안대학의 특징은 커리큘럼을 자율적으로 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학문 융복합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융복합은 못 하게 한다. 교수들도 학과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고, 개인 교수가 학문과 교육의 통합적 실천을 원해도 학과 수준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규 대학은 그래서 대부분 분과학문 중심의 학과체계로 운영된다. 교수들의 능력과 관심도 분과 중심적이다. 기존 대학의 또 다른 문제는 교육이 취업 위주라는 데 있다. 학생들을 자본주의 시장 체제에 편입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에 우리 대학은 자본주의 시장 외부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끔 학생들이 비판적이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능력을 갖도록 도우려고 한다. 경쟁교육이 아니라 협력교육을 중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민족과 국가 중심적 교육보다는 더 나은 대안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교육을 지향한다.



지순협 대안대학은 협동조합이다. 민주적 운영을 중시하는 고민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은 교육운동의 새로운 시도이다. 협동조합이니까 학생도 조합원이고, 교수도 조합원이다. 협동조합은 1인 1표로 권리를 행사한다. 학생들도 커리큘럼에 대해 발언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상호협력과 노력을 전제로 한다. 민주주의를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우리 대학에서도 위기가 있었다. 한 학생이 교육을 위한 교수의 발언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를 두고 많은 내부 토론과 논쟁이 진행되었다. 교수와 학생 간의 세대 차이, 감수성의 차이 등이 드러났다. 상호 이해 부족으로 말실수가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순협 대안대학은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중시한다. 학생과 교수가 서로 배우면서 성장해나가고 있다. 교육 민주주의가 바로 교학상장이다.


우리나라 예술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예술교육은 장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더 나쁜 것은 도제식 교육 시스템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누구에게 배웠느냐, 누구 계열이냐를 따진다. 부끄러워서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다. 예술교육은 예술 하는 사람의 다방면적인 능력 향상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너무 실기 중심이기도 하다. 예술교육과 다른 분야 즉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상호 소통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 통섭적인 교육이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물론 예술 전문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컨대 인문학 계열 교수가 예술대에 가서 강의할 능력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이 그래서 엄청난 장애 상태에 빠져 있는데도 자기 장르만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한국 예술교육의 상황이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문화예술교육에는 ‘퍼포먼스 및 공연기획’ ‘도시재생과 공간기획’ ‘문화기획서 실습’ ‘축제와 전시 기획’ 등 워크숍 과목이 많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가. 특별한 사례는 있는가.

지순협 대안대학은 학생 수가 적다. 대략 30여 명이 인문계열, 사회과학 계열. 예술기획이라는 전공으로 나뉘어 공부한다. 졸업을 위해서는 논문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작품을 만들어서 졸업하는 경우도 있다. 워크숍 과목도 모든 학생이 수강한다. 기획 보고서로 졸업논문을 작성하기도 한다.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들어오는데, 그중에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1기 학생 중에 연극에 관심이 많은 대안학교 출신이 있었다. 그 학생이 처음에는 우리 교육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 대안대학이라면 학생들을 보듬어주고 보살펴주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느냐, 왜 자꾸 학업만 강조하느냐는 지적을 하면서. 사실 우리 대학은 교과과정 수준이 높은 편이라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학업보다는 인성 교육이나 취미 생활에 주안점을 두는 대안학교 출신의 경우 특히 우리 대학의 교과과정을 소화해내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우리 대학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학생들의 지적 비판적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자주 본다. 문제를 제기하던 학생 역시 그랬다. 에리히 프롬의 이론을 이용해 버나드 포머런스의 희곡 <엘리펀트 맨>을 분석한 훌륭한 졸업논문을 썼다. 우리의 교육을 통해 바뀌고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면 즐겁다.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대안학교 출신이거나 중등과정 중퇴자, 또는 홈스쿨링의 경험밖에 없는데, 칸트 미학 중심으로 청년세대를 분석한, 원고지 800매 정도 분량에 석사 논문 이상 수준의 논문을 쓴 학생, 자기 자신을 정신분석 대상으로 삼아 깜짝 놀랄만한 논문을 쓴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 젊음의 힘을 느낀다.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모르다가 우리 대학에서 급격하게 능력이 향상된 경우를 자주 보는 것이 대안대학에서 문화예술 교육을 하는 재미다.



문화연구자로 강내희 학장님은 ‘사회미학’이라는 문화예술 이론을 제시했다. 사회미학은 중요하게는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에 복무하는 소비적 개인주의를 조장하는 상품미학’에 대항하는 것이고, ‘엘리트주의적 작가주의 경향을 드러내는 작품을 작가의 개인 소유로 만드는 혐의를 지울 수 없는 모더니즘 미학’에 대한 대안적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사회미학의 가치는 무엇인가.

사회미학은 상품미학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상품미학은 개인주의에 지배되는 미학이고, 상품에다 미학적 덧칠을 한 것을 지칭한다. 모더니즘미학도 개인주의에 기반하지만, 엘리트미학이기에 상품화를 거부한다. 상품미학과 모더니즘미학은 반대편에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사회미학은 개인주의에서 벗어난 것이다. 사적 소유의 대상인 작품, 상품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공공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미적 생산물을 만들자는 것이 사회미학이다. 오늘날은 모더니즘은 거의 도태되었고, 상품미학이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유지(커먼즈)가 남아 있지 않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공유지가 없다. 사회미학은 공유지 만들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더 나은 삶을 기획하려는 것이 사회미학이다.


지순협의 현재까지의 실천적 성과와 미래 구상은 무엇인가.

지순협 대안대학은 제도권 대학에 대한 대안대학이다. 협력교육, 서로 상생하는 교육, 지식이 순환되는 장을 만드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지순협 대안대학은 아방가르드 운동이고, 새로운 큰 교육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자본주의적 삶을 사는 능력을 기르려는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극복을 ‘적·녹·보라(노동·생태·젠더)’라는 관점에서 모색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에겐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래야 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싶다.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니까. 우리 대학이 꼭 정규대학이 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정규대학 버금가는 물적 기반은 가졌으면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학 운동으로, 대안적 대학교육의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지순협 대안대학과 같은 대학이 많아져야, 한국 대학이 바뀐다고 믿는다. 그런 희망과 함께 지순협 대안대학에 대한 긍지도 크다.


강내희

강내희
2016년 중앙대학교 영문학과와 문화연구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문화재 위원, 인문정책 연구위원, 미국 코넬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 계간 [문화/과학] 발행인,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 민중언론 참세상 이사장, 맑스코뮤날레 공동대표, 격주로 발행되는 [워커스]의 발행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인문학으로 사회변혁을 말하다』(2016), 『길의 역사: 직립 존재의 발자취』(2016) 등이 있다.

사진 _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오창은

오창은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교수, [내일을 여는 작가]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평론집 『비평의 모험』 『모욕당한 자들을 위한 사유』 『나눔의 그늘에 스며들다』가 있고, 인문비평서 『절망의 인문학』 등을 펴냈다.
longca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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